[곡성]절대, 현혹되지 마라(스포 有, 호평) Reivew




'절대 현혹되지 마라'


범인이 누구라는 것을 알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곡성에 대한 호평과 혹평이 나뉘어지고, 호평하는 쪽에서는 혹평하는 쪽을 영알못이라고 비하하지만, 그건 사람의 취향차이니까요. 누가 옳고 그르고, 잘나고 못나고는 없을 겁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생략하고, 이야기에 들어가겠습니다.


곡성의 주제 혹은 메세지를 묻는다면, 저는 '믿음과 의심' 이 두 가지를 제시하려고 합니다.


곡성의 첫화면에 시작되는 누가복음에서부터, 극 중에서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의심하고, 혹은 믿습니다. 예컨데 일본인이 귀신이다, 여자를 믿지 마라 등등 말이죠.


곡성에서의 피해자들은 모두 일본인과 관련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일본인을 안다고 하여 모두 피해자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가 피해자가 될까? 바로 일본인을 '귀신'이라고 정말 믿고 접근했던 사람들이 피해자가 됩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빨간 눈의 괴물'을 보았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일본인의 정체, 즉 악마이죠.


극 중에서 황정민은 '낚시'에 비유하여 말합니다. 미끼에 현혹되어 미끼를 물면, 바로 그 놈이 낚시질의 대상이 된다고 말이죠.


하지만 그 낚시는 황정민의 말마따나 특정 물고기를 노리는게 아닙니다. 그냥 던져놓을 뿐.


그리고 그 미끼에 현혹되어 정말 '먹이'로 믿는 물고기들이 낚이는 것이지요.


성당의 신부는 주인공 형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정말 일본인이 귀신이오? 여러 소문이 있지만, 다 소문일뿐 아니오? 당신이 직접 보았소?'


극에서 일본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차피 내가 무엇을 한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을'

'내 정체가 무엇이라고 밝힌들, 네가 이미 나를 악마라 단정짓고 왔는데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이미 니가 말하지 않았느냐, 내 정체가 악마라고'


그리고 천우희도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귀신이고 인간이고,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


이 작품을 크게 꿰뚫는 이야기는 바로 '믿음' 입니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무엇으로 규정짓는다는 것은, 바로 그렇게 믿는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믿음을 받아버린 쪽에선, 자신의 본질은 상관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행동하면 될 뿐. 악마로 믿는다면, 악마로서.



일본인은 미끼를 던졌을 뿐.


그것에 현혹되어 비참한 말로를 맞이한 곡성의 주민들은, 마치 낚시바늘에 달린 미끼를 자신 맘대로 '먹이'라고 믿어버리고, 그것에 현혹되어 물었던 것이지오. 그들의 믿음이, 그들을 파멸로 이끌어 간 것입니다.


일본인이 귀신이라고 믿었기에, 그렇기에 일본인은 악마로 변하였고, 황정민은 그 악마를 이용하여 굿을 통해 돈을 벌었겠지요.


어떻게 보면, 감독은 악마=신 이라는 상당히 도전적인 메세지를 던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처음 누가복음에 나오는 것은 '예수' 이고, 그런 예수를 의심한 것은 바로 사람들이니까요. 일본인 악마와 비슷하지 않나요?


혹은, 사람이 인지하기에 비로소 존재한다. 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것이 신이든, 악마이든.


결국, 마지막에 주인공(종구)가 선택했던 믿음, 즉 천우희가 귀신이고 자신을 파멸시키려 하고 있으며, 지금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그 믿음은 결국 그 믿음 그대로 종구의 가족을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이런 내용과는 별개로,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특히 연출이 그렇죠.


효진 방의 그림들은 무엇인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특히 그림등이 기괴하죠. 그 외에도 연출 등이 B급 호러인 듯하면서도, 부조화스러운 색감이나 표현 등이 더욱 사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아이'를 폭력행위의 주체로 등장시키고, 결국 근친살해까지 저지르는 그 모습은 '아이는 보호되어야 한다' 라는 금기를 깨부숨으로써, 더더욱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공포영화처럼 깜짝 놀라는 장면도 없고, 고어영화처럼 잔인한 장면이 직접 묘사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악몽에 시달린다는 것은 이런 불편한 요소들 때문일 겁니다.



또한, 이 영화는 매우 복선이 잘 깔려있습니다.


중간중간 황정민이 범인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굿판을 했던 곳의 사람들이 죽는다던가), 그리고 제일 처음 주인공(종구)가 사건현장에서 말라 비틀어진 꽃을 만지는 등, 복선이 잘 깔려있는 편이지요.


그리고 알게모르게 피해자들이 일본인과 접촉했다는 점, 공통점들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일본인이 처음 낚시를 하는 그 장면은, 사실상 거대한 스포일러이고 이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지요.



다만, 영화 자체가 감독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해석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라는 느낌이 강하여 많은 분들이 더 불편했을 겁니다. 상업영화로서는 그다지 좋지 않지요. 명쾌하지도 않고, 직관적이지도 않으며, 심지어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영화 곡성. 믿음에 의해 현혹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1234 ETC


무지의 베일상태에서 사람들은 어떤 제도를 지지할 것인가 Think

내세설계에서 각 제도에 대한 지지율 예상



 이 주제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나는 인간의 성향을 이기 40 균형 55 이타 5로 설정하였다. 이 또한 각 시대, 치안 등에 의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자연 상태의 인간의 경우라면 이기적 성향이 극대화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극단적 상황이 아닌, 어느 정도 제도가 갖추어진 국가(사회)에서 인간의 성향을 고려한 수치로 설정하였다. 또한, 현실상황이 내세설계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정하였다. 이러한 인간의 성향에 대한 설정 하에, 각 주제에 대하여 논의해보도록 하겠다.



1.내세에 나의 사회적 위치를 모르는 상황에서 제도를 만든다면 과연 어떤 비율로 만들 것인가?


 나는 이 주제에 대하여 이기 1 / 균형 25 / 이타 74 으로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주제는 롤스의 ‘무지의 베일’ 상황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내세 설계자들은 자신이 어떤 상황으로 태어날지 알 수 없다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 것이다. 즉 최하층에서 태어났을 때를 고려하여 이타적 제도(현실의 복지 제도)에 가깝게 설계할 것이다.


 무지의 베일 상태 있어 이상적인 사회는 ‘얼마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보다는 '최소한의 삶의 질이 얼마나 보장되는가.'를 고려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의 수준이 곧 그 사회의 수준이다.' 라는 말처럼, 결국 이 상황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즉 내가 극빈층에 위치한다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하며, 그 극빈층에서 누릴 수 있는 삶의 질과 사회적 위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사회인가를 고려해야한다. 이 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기회의 평등과 조건의 평등이라는 개념이다.


 기회의 평등이란, 각 개인들의 출발선상이 평등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m 달리기를 한다면, 모두 같은 위치에서 출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조건의 평등이다. 조건의 평등은 각 개인들의 조건이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과 같이 100m 달리기를 예로 든다면 출발에 앞서 모든 사람이 비슷한 상태의 조건(영양상태, 컨디션, 발육상태 등)을 맞추어 주는 것이다. 이는 복지를 통하여 실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내세설계자들은 자신이 빈곤층으로 태어났을 때의 삶의 질이 높고, 기회·조건의 평등을 보장 할 수 있는 이타적 성향이 강한 제도가 선택할 것이라 생각하여 이타를 74로 설정하였다. 또한 내세설계자들은 상위계층, 혹은 일부의 극단적 이기성향을 반영하여 사회적 위치에서 태어났을 때를 고려하여 이기를 1로 설정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타적 제도로 인하여 조건의 평등이 실현되었을 때, 각 개인이 기회의 평등을 통한 경쟁으로 지위 상승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균형을 25로 설정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타적 성향이 적은 인간이 이타적 사회를 지지 한다.’ 라는 것이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인간이 이기적이고 차가운 균형적이기에, 이러한 제도를 선택한다고 본다. 인간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성향을 지니기 때문이다.



2. 자신의 처지를 아는 현실의 주민이 지지할 유형의 비율을 예상


 자기인식이 강자의 경우에도 이타 성향을 제외한 모든 성향에서 이기적 제도를 지지하기 보다는 균형/이타형 제도를 지지할 것이라고 보았으며, 그 이유 또한 모든 성향에서 똑같다고 보았다. 사회의 부가 지나치게 불균형해지고,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질수록 사회는 불안정진다. 이는, 개혁을 넘어선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기득권인 저의 사회적 위치도 불안하며, 상황에 따라 혁명이나 폭동, 살인 등의 최악의 결과로 인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자신의 처지를 아는 현실에서는 균형형 제도의 지지율이 보다 높아질 것이다. 


 사람들은 무지의 베일상태에서 고려되었던 최악의 위험을 어느 정도 배제할 수 있고, 따라서 경쟁을 통하여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킬 수 있는 차가운 균형 제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하위 지위로 떨어질 가능성은 있으며, 하위 지위의 삶이 악화 될수록 사회는 급격히 불안정해진다. 또한, 이타형제도로 인하여 상위계층을 제외한 계층은 자신이 잃을 손해보다는 볼 수 있는 이득이 많기 때문에 여전히 이타형 제도를 지지하는 비율은 55%로 과반 이상을 유지할 것이다. 이기형 제도는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허용하므로, 극소수의 사람만이 찬성할 것이라고 보았다.


 주민의 성향과 자기 인식에 따른 지지제도의 경우, 약자의 경우 균형이나 이기적 제도보다는 당연히 이타형 제도를 지지할 것이다. 이타형 제도가 타 제도로 인한 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다만 균형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자신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균형형 제도도 함께 지지할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강자는 사회의 부를 균형 있게 유지하며, '노력하면 성공할 수도 있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사회제도를 마련하여 이러한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을 선호한다. 즉, 개인의 실패를 사회제도 그 자체의 문제보다는 '개인의 노력'으로 초점을 맞추는 하는 사회제도가 강자에게 가장 유리한 제도이다. 이러한 사회제도는 복지를 실행하여 중·하위층의 불만을 달랠 수 있는 이타형 제도이다. 물론 그 비용은 상위층이 대부분 지불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부담이 아닌, 기득권을 영구히 보존하기 위한 하나의 투자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또한, 이타형 제도를 지지함과 동시에 균형형 제도도 지지할 것이다. 


 이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라는 인식이 강한 균형형 제도를 동시에 운영하면, 실제로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실패한 사람이라도 사회는 그들을 '개인의 노력이 부족한 실패자' 라고 인식할 것이다. 물론 노력하면 성공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중산층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위층에서의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다. 즉, 강자의 기득권은 거의 침해당하지 않은 채 보존된다. 따라서 강자는 기득권을 영구히 유지하기 위하여 이기/균형성향에서 균형과 이타가 섞인 제도를 지지하며, 이기적 제도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타적 성향의 강자라면 이러한 계산적 태도가 아닌, 정말 사회적 약자를 돕고 싶어 이타형 제도만을 지지할 것이다.


[팬픽] 죽음에 대하여-선택 Story

아무것도 없는 공간.

 그런 곳에서, 시연은 깨어났다.

 무,공허 뭐 이런 곳을 지칭하는 말이 많지만, 좀더 피부에 와닿게 설명하자면...그래, 위,아래의 개념조차 느껴지지 않는 이 공간. 쉽게 말해 우주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곳곳에 선같은게 보이긴하지만.
 우주가 한없이 검은 공간이라면, 여긴 한없이 하얀 공간이지만.
 다만, 시연이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두 개의 갈림길이 나 있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의 첫 반응은 항상 같다.
 먼저 눈을 비비고, 주위를 둘러본 뒤, 자신이 공간 한가운데 떠 있다는걸 깨닫고 놀란다.
 시연도 별 다르지 않다. '그것'은 수없이 반복되왔던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쉰다.
 
 
 "에휴...."

 
 자그마한 한숨소리에 놀라 시연은 자기 앞을 보았다.
 그 곳에는, '그것'이 있었다.
 검은색의 구체 가운데에 그저 눈과 입만이 있다.
 괴기하긴 하지만, 비현실적이어서 공포감이나 당혹감을 느낄수도 없다. 그저 잘 만들어진 모형 장난감.
 아이들이 던지고 놀기 딱 맞는 크기이다.
 말만 하지 않는다면 장난감으로 볼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것이 말을 한다는 사실에, 시연은 놀라며 물었다.


 "넌 뭐지?"


 이것 또한 '그것'은 수없이 들었던 말. 어째 인간이라는 것들은 얼마나 지나도, 어떤 사람이 와도 패턴이 변하질 않는다.
 그것에 다 시한번 답답함을 느낀다.


 "난 너희들이 '세계'라고 부르는 존재, 혹은 '우주', 혹은 '신', 혹은 '진리', 혹은 '전체', 혹은 '하나', 그리고 나는 '너'다."


 사뭇 진지하게 말했지만, 시연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것에 기분이 나빠진 '그것'은, 시연에게 불만인듯 물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세연은 웃음을 멈추고 말한다.


 "아니, 그거 강철의연금술사에 나오는 '진리'대사잖아? 너 뭐하는 놈이야?"


 "..."

 

 잠깐의 침묵.

 '그것'은 몸의 모양을 바꾸었다.
 수염을 기르고, 세상에 불만 가득해보이는 표정에, 검은 양복.
 굳이 따지자면 미남에 들어가는 키와 외모. 신뢰를 주는 목소리와 말투.
 다르게 말하자면 사기꾼같은 느낌.
 '그것'이 다시 말했다.


 "쯧, 나 나름대로는 니가 생각하고 있는 '신'에 가장 가까운 이미지로 나타나줬던건데 말이지. 괜한 배려였나?"


 혀를 차며 말하는 '신'의 모습을 보고 시연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괜한 배려에요, 그리고 아까 그쪽 모습은 '진리'가 아니라 플라스크속 난쟁이구요."


 아차.

 그래. 생각해보니 그 만화속 진리라는 녀석은 그냥 인간의 모습이었지.

 이런 생각이 미치자, 신은 멋쩍게 웃음을 보였다.


 "뭐, 그건 그렇고. 처음에는 반말을 하더니 내가 신이라는걸 알자마자 존댓말로 바뀌는군. 아니, 단순히 내가 너보다 연장자처럼 보여서 그런가?"


 이번에는 시연이 약간의 웃음으로 대답한다.


 "어느쪽이든 가정 교육은 잘 받은 녀석이구만. 요즘 애들같지가 않아."


 신이 호탕하게 웃는다.
 그 웃음은 거짓 웃음이 아니라, 정말 재미있어서 웃는듯 하다.
 시연이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던중, 신이 말했다.


 "자, 그러면 계속 있기도 뭐하니, 걸으면서 같이 이야기 좀 해볼까? 예를 들면, 그래. 너의 이야기가 좋겠다."


 ".....신이라면서 그런것도 이야기해야 알 수 있나요?"


 "의심도 많군. 아, 그리고 이 갈림길 중에 어디로 가고싶냐?"


 "어디로 가는게 좋은데요?"


 "난 네 의견을 물어본건데...그럼 오른쪽으로 가는걸 추천하지."


 "그럼 그렇게 가죠. 그런데 정말 신 맞아요?"


 시연이 못믿겠다는 듯이 말을 하자, 새하얗던 공간이 수많은 글자와 차트, 그리고 사진으로 뒤덮였다.
 그것들을 본 시연은 당황해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자료'들은 시연이 이때까지 살아왔던 것에 대한 데이터였다.
 당황한 시연을 뒤로하고, 그것을 신은 걸으면서 읽어 나가기 시작한다.


 "이시연. 남자. 2남 중 막내. 양친 생존. 176cm에 몸무게 62kg. 나이 19세. 건강. 서연고등학교. 표면상 성적 우수. 여기 온건 교통사고 때문인가? 뭐 그 외에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신이 계속 읽어나간다.
 그 데이터들을 들으며, 시연은 역시 죽은거구나. 라고 다시금 실감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신이 시연에게 말을 걸어오려 하자, 시연이 먼저 말한다.


 "어린나이에 죽었다고 위로할거면 하지 마요. 필요 없으니까."


 그 말을 듣고, 신이 다시금 크게 웃는다. 이번에도 정말 재미있어서 웃는 웃음이다.


 "너같은 꼬맹이, 수도 없이 봐왔어. 꼬맹이만 아니라 어른도 있었고. 새삼스럽게 위로해주지도 않아. 다만 듣고 싶을 뿐이지."


 "뭘 듣고 싶은데요? 어차피 다 알잖아요?"


 "아무리 나라도 인간의 마음은 모르거든."

 
 그 말에, 시연의 말문이 막힌다.
 수많은 종교들이 각각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된 것이 있다. 신은 인간의 모든것을 알고 있다. 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사람들이 믿는 것이고.
 그런데 눈 앞의 이 신은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 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건, 인간과 다를게 없지 않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운 사이, 신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저런 데이터가 아닌 니가 생각하고 기억하는 너의 인생을 듣고 싶은데?"


 시연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하아.....꽤 많이 걸릴껄요? 재미도 없을거고. 기억도 잘 안나고"


 "상관없어. 어차피 '문'까지 가려면 시간은 많이 걸리고, 재미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네 기억쯤은 내가 살려주면 되니까"


 '기억쯤은 내가 살린다' 라는 말에, 역시 신이긴 신인가 보네. 라고 시연이 생각한 순간, 잊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기억의양은 방대하여, 말 그대로 시연이 태어났을때부터 죽을때까지 오감으로 느꼈던 모든것, 매 순간이 기억나는 수준으로.
 그것을 바탕으로, 시연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어차피 제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었어요. 조부모가 원했었고, 부모님이 그 기대에 부응해서 아이를 갖게 되었고, 그게 저였죠. 굳이 따지면 조부모님 때문에 태어난거에요.
  어릴적에도 가정환경은 좋았다고 생각해요. 부모님 덕분이었죠. 6살때, 피아노를 시작해서 대회에서 상까지 탔죠. 정말 재밌었어요. 부모님이 시키긴 했지만, 부응하면 기뻐해줬으니까. 그리고 정말 재밌었으니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여러번 반장을 해봤죠. 공부 성적도 음악하는 것 치곤 괜찮았고. 학생회장도 해봤구요. 그것도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들이 추천을 해줬어요. 그리고..."

 "아 잠깐, 어디로 갈래? 추천해줄수도 있는데."


 신이 이야기를 끊고 물었다.
 다시 갈림길.
 시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첫번째 갈림길처럼 신의 추천을 받고, 그 길을 걸으며 계속 이야기했다.

 

  "'이걸 하면 도움이 될꺼야' '너한테 좋은 일이야' '나만 믿으면 돼'

  그런말을 들으면서 부모님,선생님이 시키는 일을 다 해드렸어요. '피아노'를 원하셨기에 피아노를 쳤고, '모범적이고 활발한 아이'를 원하셔서 그렇게 행동했구요.
  그렇게 중학교를 올라갔고, 별반 달라지지 않았어요. 피아노도 재밌긴 했지만 대회에서 상타는 일은 적어졌고.
  많은걸 부모님때문에 했죠. 부모님 때문에 공부도 잘 할 수 있었고, 예의바른 아이로 컸죠.
  사실은 예술 고등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피아노보다는 공부를 원하시던 눈치여서 눈치껏 입시명문 서연고등학교를 갔죠.

  그 때부터, 제 인생은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서연고등학교는 비평준화고등학교였고, 그런만큼 전국에서 중학교때 공부 잘한다는 애들이 모였어요.
  중학교때 부모님때문에 하던 공부도 한계가 있었어요. 1학년때는 상위권이었지만, 2학년때는 중위권, 3학년때는 하위권으로 떨어졌죠.
  부모님한테 말해보지도 못했어요. 어차피 그 사람들은 내가 명문 대학교를 가길 바랬으니까...기대 때문에 말하지 못했죠.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은 했다고 생각해요. 친구들과 선생님이 추천해주는 인터넷 강의를 보고, 공부도 해보고. 부모님이 추천해준 학원도, 과외도 했었죠.
  하지만, 더 이상 성적은 오르지 않았어요. 답이 없는 수준이었죠."


 "그래서 컨닝을 했다?"


 침묵.

 

 "...뭐 '표면적 성적'은 좋았죠. 아니 좋을수 밖에 없었어요. 다 컨닝이었으니까. 
  그렇게 컨닝을 하니까, 모의고사 성적은 순식간에 올라갔죠. 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대신 내신성적이 안좋게 나오긴 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어요. 어차피 수능이 중요시되는 학교였으니까.


  선생님도, 부모님이 절 보는 눈이 바뀌었죠. '역시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했었던것 뿐이다' 라면서 즐겁게 웃었어요.
  .....남의 속도 모르고.

  그리고 수능날이 됬죠.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모의고사처럼 감독이 느슨하지 않았죠.
  어차피 그런 눈속임, 수능을 치고 나면 다 들통날거라 생각했어요.
  가채점 결과, 컨닝해서 치던 모의고사랑은 150점 이상 차이가 났죠. 하하
  
  그런데.

  친구들한테도,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모의고사성적처럼 말했어요.
  학교도 신났고, 부모님도 신나하셨죠.
  그렇게, 전 스스로 인생의 타이머 버튼을 눌렀어요.
  수능 성적표가 날아오기전까지의 1달간이라는 여생을.

  뭐 자살할 생각이었지만......교통사고로 죽을줄은 몰랐네요.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저는 그저 시키는대로 잘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그냥 태어났고, 추천해준 대로 피아노를 쳤고, 추천해주는 공부법으로 공부를 했고.

  근데 도대체 왜! 내가 다 책임을 져야하는거냐고...개나소나 내가 책임질테니 하라고 해놓고선!

  그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시연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수십번의 갈림길을 만났고, 그 때마다 시연은 신이 추천한 길로 갔다.

 처음에는 고민하는듯 하더니, 다음부터는 신의 추천대로 길을 선택했고-

 마지막 갈림길에 도착했다.


말이 없는 시연을 두고, 신이 입을 열었다.


 "뭐 그런 인생도 있는거 아니겠어? 이야기 잘 들었다.

  헤어지기도 아쉽지만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서 말이야. 어느쪽으로 갈래? 문으로 이어지는 길이거든."


시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왼쪽으로 갈께요."


시연의 말에, 신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에는 추천해달라고 하지 않는군."


 "마지막쯤은 추천따위 없이 제가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거든요."

 
 "나는 오른쪽을 추천해주지. 너같은 성격이면 딱 맞을거야. 신인 내가 보장하지."


그 말에 시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왼쪽으로 갈게요. 제가 책임질게요. 여기까지 같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도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왜 굳이 길을 추천 받은거지? 지금처럼 선택하면 됬잖아?"

 "음....그 많은 갈림길, 일일히 생각하기 귀찮았고, 당신이 나보다는 잘 알테니까요. 별 이유는 없어요."

 "하하, 귀찮다라..."


그렇게 말하며, 시연은 왼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시연의 등뒤로 신이 말했다.


 "지금부터 말하는건 너의 이야기에 대한 보답이라고 해야하나? 감상이야. 신경쓰지 않아도 돼. 어차피 기억도 제대로 못하겠지만.

  요컨데 너는 너의 인생을 네가 책임지는게 싫어서 남이 시키는 대로 했다는 거군?"

  네가 말한 너의 인생에서, 네가 선택하고 책임진게 뭐가 있지? 남들이 시키는대로 해온것뿐이잖아? 남들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잘 안되면 '너 때문에!', '책임 져준다며!' 'xx 때문에'.

  그런 변명을 언제까지 할 생각이었냐? 웃기지 마라. 꼬맹이.

  네가 책임지는게 싫어서, 실패해도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싶어서 시키는대로 살아온거 아닌가?"
 

 신은 태연하게, 언제나 그렇듯이 안면에 웃음을 머금으며 이야기했다.


 "부모님은 너에게 선택지를 줬지. 피아노를 계속 할건지, 아니면 공부를 할건지.

  그래, 그 선택부터였군. 중학교때부터 대회에서 상을 잘 타지 못하고, 너보다 잘 하는 아이들이 많은걸 본 너는 피아노를 선택하기 싫었다. 그래서 피아노를 피해 공부를 선택했지.

  왜냐하면 그 쪽이 잘못되었을때 '공부를 권한' 부모님 책임으로 떠넘길수 있었으니까. 부모님이 눈치를 줬다? 기억을 맘대로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군. 두개의 선택지를 제시했을 뿐이야.

  공부방법? 결국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걸 잘 알텐데? 고등학교 수준의 문제에서 방법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면서 네가 노력하지 않은걸 남에게 책임을 씌우는건가?"
  
  
 "......."

 

 말없이 있는 시연에게, 다시 신이 말했다.


 "선택에는 책임이 있다지만, 선택하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은 더 크지.
  
  누구든지 추천은 받을 수 있어. 맨토를 가질수도 있지.

  이제는 인생의 길을 선택하는 것조차 생각하기 귀찮다고, 힘들다면서 선택을 남에게 미루어버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누가 선택해주는게 아니야.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생각해서 선택하고 자기가 책임을 져야하는거라구.

  그것조차 하지 않는 사람을 보고 패배자라고 하는거다.

  다음부터는 타인에게 선택을, 그리고 책임을 전가하지 마라. 꼬맹이"

 

 그 말을 끝으로, 시연은 의식을 잃었다.

 

 

 

 

 


 "....아!"


 의식이 회복하고 눈을 떴을 때, 이전과 마찬가지로 새하얀 공간이 눈에 보였다.


 '....아직도 그 장소인가?'


 멍한 머리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시연아!!! 시연아!!!!! 아이고 내 아들....."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을 돌려보려고 했지만, 통증때문에 돌리지 못하고 곁눈질을 했다.

 그곳에는 부모님이 귀신이라도 본듯이 놀란 얼굴로, 그러나 눈물로 범벅이되어 나의 이름을 부르고 계셨다.


 '아프다'


 통증이 있다. 부모님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말은 곧-


 '살아있구나. 나.'


 용케 그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았다. 분명 죽었을텐데...신까지 보고 온거같은데.
 
 무슨말을 먼저해야할까. '사랑해요' '괜찮아요?' '죽는줄 알았어요?' '이때까지 속여서 죄송해요' 아니면 애니메이션처럼 '다녀왔어요?'
 
 잘 움직이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떼고 말했다.

 그 움직임을 알아차리셨는지, 아버지가 다가오셨다.

 그리고, 나는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하지만 확실히 말했다.


 "...저 다시 피아노를 치고 싶어요."


용서 Story

어느 도시에 티미드라는 소년이 살았습니다.

 

티미드는 아무런 걱정도 없어보이는, 헤실헤실 잘 웃어 '낙천'이라는 글자를 그대로 그린듯한 소년이었습니다.

 

하지만 티미드에게는 하나의 걱정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했을때, 몇 번이고 사과를 해도 개운치 않다는 것이었어요.

 

상대방이 괜찮다고 해도, 티미드는 '아니야, 저 사람은 아직 화가 나있어' 라고 생각하며 끊임 없이 사과를 했죠.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티미드는 성당의 신부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저의 성격이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제가 사람에 대해 신뢰를 못하는걸까요?"

 

신부는 차분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네가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내 잘못때문에 저 사람이 날 싫어하게 하면 어쩌지? 나랑 절교하겠다고 하면 어쩌지?' 이런식으로 말이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폐를 끼치면 네 스스로 자기혐오에 빠지는거야. '나는 안될놈이야, 자격이 없어' 라면서 말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다들 실수를 한단다. 그게 크고 작고에 상관없이 말이다. 때때로 그것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불쾌감을 주기도 한단다.

 

하지만 그건 사람이니까 어쩔수 없단다. 중요한건 네가 그거에 대해 정말로 반성하고, 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냐는 거란다.

 

진심이라는 것은 말이다,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의 뜻에 달린거란다.

네가 진심으로 잘못을 빌어도 상대방이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너의 진심은 영원히 전해지지 않는거란다. 혹은 진심이 부족한거겠지.

 

그러니까 상대방이 너의 잘못을 용서한다는건, 너의 진심이 닿았다는 거란다. 너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해준거야.

 

물론 누군가는 너를 말로만 용서했을 수도 있단다. 마음속으로는 욕을 하면서 말이지.

 

하지만 생각해보렴, 네가 소중히 아끼는 사람들이 너에게 말로만 용서한다고 말할 사람들이니?"

 

 

티미드는 말 없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리고 신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성당을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용서를 비는 것만이 아니라, 용서를 받아들이는 것에도 익숙해져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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